창조도시, 이제 ‘화려한 싱글’들에게 달렸다
|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
춘천에 스타벅스가 큰 놈으로 하나 생겼다. 카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인테리어로 치는 공간이라고 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런 카페를 좋아한다. 대개 그룹스터디를 하거나 혼자서 공부하려고 카페를 많이 이용한다. 카페를 찾는 이유는 그곳이 ‘매너 있는 무관심’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해야 할 또는 하고 싶은 일을 집중적으로 준비하기에 아무도 간섭하지 않아 홀로 있기에 좋고, 또 홀로 있으면 느끼게 되는 그 적막함을 주변의 익명적인 그러나 매너 있는 사람들로 인해 떨쳐낼 수 있다. 독립적이며 자기애가 많은 고급인력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다. 이런 도시의 카페들이 거리의 분위기를 점령한다. 어떤 카페들이 있느냐에 따라 그 거리의 수준과 분위기가 결정된다. 거리의 카페는 거대상점과 달리 작은 돈으로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제3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카페는 집이나 직장 다음으로 위협적이지 않는 장소, 즉 제3의 공간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은은한 음악과 향기로운 커피는 집이나 직장 또는 골방의 사람들에게 탈출과 자유의 교감을 부여한다.
이렇듯 개인의 자유를 갈구하며 일과 여가를 겸하여 경험하고 싶어 하는 창조계급들에게 거리의 분위기는 중요하고, 또 그래서 카페는 중요하다. 창조도시의 전도사 리처드 플로리다는 스스로 ‘난 카페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자연스럽게 거리와 갤러리로 그리고 카페 그대로 강조점이 흘렀다. 도시연구가 제인 제이콥스에게 거리와 상점이 사회적 자본의 자양분이라면, 플로리다에게 카페와 카페맨은 창조적 자본의 자양분이다.
그렇다면 왜 카페가 창조적 인재들의 진지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시민적 무관심’의 거리가 카페의 ‘매너 있는 무관심’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도시민은 더 이상 ‘시민적 무관심의 시민들’이 아니다. 거리는 나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안전은 CCTV에 있지만, 불행히도 실시간으로 지금의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 내가 범죄의 희생물이 되고 나서야 그 범죄인을 단죄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도시의 거리는 CCTV로 인해 그 이름을 잃었다. 그러나 거리의 ‘멋진 카페’는 다르다. 서로 무관심하지만 같은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의 공간임을 살짝 그 문만 열고 들어가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분위기로 젊은 세대는 자신이 사는 도시와 거리를 규정하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다세대 주택이지만 멋진 카페들이 주변에 널려 있어. 24시간 카페도 있지. 젊은 여대생들이 많이 와. 살기 좋아.”
원룸에 사는 여대생들의 얘기다. 공부도 일도 집이나 독서실이 아닌 카페에서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시민적 무관심의 도시를 복원해 진정한 시민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이는 홀로 사는 젊은이들이 많을수록 더욱 증가하게 되는 욕구이다. 혼자만의 고독은 즐기지만 홀로 고립되기는 싫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된 창조계급의 모습은 창조도시의 성공에 아주 중요하다.
창조도시는 창조계급이 만든다. 창조계급은 고학력자들이며 경험적 삶을 중시한다. 일터만 있고 즐길 문화가 없으면 창조계급은 모이지 않는다. 우리가 어렴풋이 생각해도 창조도시는 평창동이나 성북동처럼 조용한 부촌 동네가 아니라 홍대나 이태원처럼 카페가 많고 활기찬 곳이다. 이를 위해 도시행정가들은 도시의 거리를 문화로 생동하게 만들려 온 힘을 다한다. 거리축제에도 팝업카페는 빠지지 않고,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도 이제 멋진 카페를 내부에 만들어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창조도시와 창조계급이 카페와 상점들의 ‘아름다운 발레’로 도시와 거리에 넘실대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공부에 찌든 대학생도 돈 많은 외과의사도 똑같이 카푸치노를 사 먹는 ‘저렴한 사치’의 거리를 말이다.
이렇듯 도시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거리의 카페, 그리고 그곳에서 자기 일을 즐기는 창조계급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의 1인 가구 젊은이들이다. 1인 가구는 이동성이 강해 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둥지를 트고 그 근방에서 가장 창의적인 지역에 안착한다. 그들은 ‘매너 있는 무관심’을 갖고 동년배의 패션 감각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 멋진 카페를 순례한다. 적합한 카페를 찾으면 자신의 사교적 욕망은 일시적으로 충족된다. 일터가 바뀌면 또 그 근방에서 가장 좋은 거리의 카페가 있는 곳으로 주거지를 이동한다. 창조인력은 그 전문지식 때문에 일과 일자리를 선택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가장 창의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그 거리에 접근 가능한 범주 내에서만 일자리를 구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싱글턴(1인가구)은 1980년대 총가구의 4.8%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 약 410만 세대 즉 총가구의 23.8%가 넘었다. 총 가구수는 1975년에서 2010년 동안 2.6배 증가한 반면 1인 가구는 약 14.4배 증가했다. 2030년에는 471만 가구를 예측하고 있다. 특히 20-30대 독신여성이 문화와 소비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를 것으로 많은 시장보고서들이 예측하고 있다. 창조도시의 성공은 이들 1인 고소득, 고소비의 창조계급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2007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는 싱글족이 소비 트렌드를 좌우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싱글족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셈이다.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1인 가구의 연간 소비지출액은 무려 50조원으로 전체 가구 소비지출액의 12%를 차지하며 특히 1인 가구의 소비지출액은 월 평균 95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1인당 소비지출액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된다. 싱글족의 소비파워가 다인 가구 구성원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싱글족은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당연히 취미, 건강, 미용, 여가, 학습에 대한 지출 비중이 2인 이상 가구보다 높다. 1인가구 지출은 다인가구의 1.7배에 달한다. 향후 싱글 소비시장은 창조산업 분야만이 아니라 주택, 식품, 생활잡화, 레저,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쳐 어마어마한 거대시장을 형성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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